처음에 시시하지 않을 것 같아 시작했는데 시작하고 보면 시시해요, 사랑은.
너무 많은 불안을 주고받았고, 너무 많이 충분하려했고
너무 많은 보상을 요구했고, 그래서 하중을 견디지 못해요.
그래서 시시해요, 사랑은.
그러니 어쩌죠? 신발을 사지 말까요? 옆에 아무도 못 오게 할까요?
하지만 그럴 순 없을 꺼에요. 그러니까 이런 건 어때요?
시시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확신한 그 지점, 그 처음으로 달려가세요.
그리고 당분간도, 영원히도 사랑은 사랑이기 때문에 별거 아닌 채로 계속
자나 깨나 시시할 거라고, 또박또박 말한 다음. 처음부터 다시.
- 이병률 산문집 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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